군자같은 기업을 찾아라 - 만백성의 신뢰를 얻어라!

자하(子夏)가 말하였다. “군자는 믿음을 받은 후에 백성들을 부려야 한다. 믿지 않으면 자기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한다. 신임을 받은 후에 간해야 한다. 신임을 받지 못하고 간하면 자기를 헐뜯는다고 생각한다.”

논어의 후반부에는 공자 사후에 제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유가 사상에 대한 말들이 나온다. 자장(子張) 10편에 나오는 위의 대화는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인 자하가 군자에 대한 논한 말로 군자가 백성을 부리는 방법에 대해 설하고 있다.

군자가 덕을 갖추고 아무리 좋은 말과 정책을 편다고 해도 자신에 대한 신임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행하면 그 말과 행동이 모두 자신을 괴롭히고 헐뜯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것이 자하의 말이다. 이 말을 약간 바꾸면 일단 사람들로부터 신임을 얻고 나면 그 뒤에 설사 괴롭히고 헐뜯는다고 오해 받을 수 있는 일이라도 거리낌없이 행할 수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군자가 타인을 대하는 이런 방법에서 우리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결국 마케팅이라는 것도 기업이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시장이 이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실패는 당연지사. 반대로 시장의 좋은 인식을 얻어낸다면 그 대가로 기업은 상당한 프리미엄을 얻게 된다. 결국 마케팅과 영업이라는 것도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이고, 그러다 보니 신뢰의 문제를 벗어나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군자 같은 기업을 찾아라!

국내 여성의류 업계에서 가장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업체를 들라면 별 이견 없이 한섬을 지목할 것이다. 여성 커리어 정장 부문에서 몇 년 째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면서 의류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구가하고 있는 한섬의 성공 비결은 논어에서 나오는 신뢰의 문제로 쉽게 풀어낼 수 있다. 한섬은 사업 초창기부터 백화점 위주의 노블레스 마케팅을 구사하면서 고급스러운 원단을 사용해 좋은 품질의 옷을 만들어 낸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업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한섬이 일부 브랜드에 대해 노세일 정책이라는 특이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철이 지난 재고품을 할인점을 통해 처분하거나 계절 특수에 맞춰서 정기적인 바겐세일을 시행하는 것은 의류 유통의 전통적인 패턴이다. 하지만 한섬은 할인점이나 가격할인을 일절 이용하지 않으면서 높은 마진을 달성했다. 가격이 높으면 수요가 줄어드는 당연한 일이겠으나 한 번 고객의 신뢰를 얻는 한섬은 고객이 높은 가격을 높은 품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능케 했다. 가격을 올리면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제품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 기업이라면,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들고 그렇다고 가격을 내리면 싸구려 제품으로 인식 받게 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그만큼 시장에 대해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약 받게 된다는 것이고, 자유의 제약과 치열한 경쟁은 곧바로 낮은 이익률로 이어지게 된다.

과거 맥주시장에서 만년 2위였던 조선맥주가 어떻게 OB맥주를 능가했는가를 되짚어 보면 시장의 신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조선맥주는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저가공세를 펼쳐 OB맥주를 공략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언제나 제자리였다. 그러나 ‘천연 암반수’라는 무기로 좋은 맥주라는 신뢰를 구축하기 시작하자 결국 대한민국 대표 맥주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가치투자자가 기업의 실적을 추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의 개선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이다. 단기적인 실적 호전이나 영업 환경의 개선 효과에 유혹돼서 쉽사리 투자결단을 내려버린다면 실패는 자명하다. 기업의 지속적인 가치를 발견해내야 하는 투자자라면, 기업의 갖고 있는 시장에서의 신뢰는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덕목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강대권 spemana@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