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아줌마의 투자 다시 배우기 #3

모방과 창조

요새 제일 잘 나가는 의류브랜드를 알려면 어디로 가면 될까? 백화점 매장을 하루 종일 지켜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손님이 많다고 해서 매출이 높다고 단정짓긴 어렵다. 대신 다른 방법이 있다. 정확한 마켓 쉐어가 아닌 단순한 트렌드를 알기 원한다면 재래시장에 가면 되는 것이다.  동대문의 수많은 쇼핑타운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얘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언니~ 이거 OO 카피야…”. 디자인이 취약한 시장 옷은 자체 개발 디자인보다는 이미 검증된 디자인을 카피하기 마련이고 자연히 인기 있는 브랜드의 디자인을 선호한다. 최근엔 여성정장은 TIME, 여성캐주얼은 SYSTEM, 공주풍으로는 오브제 등이 비교적 많이 눈에 띄는 카피 브랜드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이 바르고 나온 립스틱이 한동안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이 된 적이 있다. 기네스 펠트로도 자주 애용한다는 베네틴트라고 하는 이 립틴트는 한국에 수입되는 제품이 아니었기에 많은 이들이 외국쇼핑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외국에서 공수받기도 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피어리스에서 피어틴트라는 카피를 만들어내서 많은 여성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비슷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카피는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흔히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한다. 단순한 모방에 그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소위 우리가 말하는 ‘짝퉁’에 머물겠지만, 그것에 자기만의 색깔을 가미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모방이 아닌 창조가 아닐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은 독자들은 다 알겠지만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만들었다는 ‘캐쉬플로’라는 게임에 대해 들어 봤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그 게임을 한번 해보고 싶어 인터넷을 뒤져 본적이 있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캐시플로’를 수입해 파는 업체가 있었다. 하지만 영어로 이루어진 데다 미국 현실에 맞춘 게임이 도움이 될까 싶어 구매를 망설였는데 다른 곳에서 이미 한국실정에 맞춘 한국형 게임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신문기사에서 미국은 지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여름투자캠프가 성황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나중에 사업을 하게 되면 이 아이템도 괜찮겠다라고 내심 점 찍어 두고 있었는데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캠프가 서너 곳이나 있다는 얘길 듣고 낙담했다. 우리나라의 빠른 카피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긴 서태지가 귀국했을 때 입었던 구찌 니트도 구찌 매장보다 더 빨리 판 곳이 동대문시장이라고 하니까.

가치투자를 공부하면서 나도 많은 이들을 모방하려 노력한다. 낭중&앤젤님을 비롯한 투자저널의 기자들, 피터 린치, 워렌 버펫 등… 물론 나는 그들처럼 프로 투자자도 아니고 경제지식도 약하며 평범한 아줌마이지만 그들과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장점을 개발한다면 언젠가 나만의 창조적인 투자관을 정립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엔 할인마트에 가면 그냥 필요한 물건만 집어 들곤 했는데 이제는 어느 회사제품이 어떤 식으로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지,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많이 사가는지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나는 단순히 장을 보러 나온 주부가 아니라 잠재적인 가치투자자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생업을 뒤로 한 채 주식에 매달려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나 역시 회의적이지만, 자신이 익숙한 분야에서부터 시작한다면 그리 부담스럽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투자를 배우는 과정이 매우 재미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모방이 모방으로 그친다면 결코 창조적인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어떠한 모습의 투자관을 가질지는 각자 본인의 몫일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아줌마들과 독자들이 창조적인 가치투자를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