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의 라이벌!! 제일기획 vs LG애드

정석모 03.01/10 00:00 조회 4489 누적점수: 0

1년의 긴 협상 끝에 2002년 12월 LG애드는 세계 3위의 광고대행사인 WPP사에 인수됐다. WPP사가 LG애드의 새 주인이 됨으로써 LG애드는 선진 광고기법과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1위 업체인 제일기획을 맹추격할 태세다.

1. 광고업계 삼성과 LG의 싸움이 끝나다.

2002년 11월 10일 삼성과 LG의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9:9 동점상황에서 LG의 최원호가 던진 공을 마해영은 힘껏 받아 쳤고 공은 우측 펜스를 넘어갔다. 마해영의 역전 솔로홈런으로 삼성이 창단 20년 만에 첫 우승을 거둔 것. 프로 스포츠에서 서로 경쟁하듯이 재계에서도 삼성과 LG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시작해 삼성카드와 LG카드, 삼성증권과 LG증권, 제일기획과 LG애드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2002년 12월 4일 WPP사가 LG애드를 인수함으로써 광고업계에서는 이제 삼성과 LG의 싸움을 볼 수 없게 됐다. 이제는 토종기업(제일기획)과 외국기업(LG애드)의 싸움으로 광고업계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특히 세계 3위 광고대행사 WPP사의 선진광고기법과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새로운 무기로 갖춘 LG애드는 확장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2. 제일기획과 LG애드의 비교

제일기획과 LG애드의 매출추이는 아래와 같다. 제일기획은 신규광고주 확보와 삼성 계열사의 광고집행 확대로 매출이 점차 늘고 있지만 LG애드는 매출이 정체 상황이다. 2002년 3분기 누적실적을 보면 제일기획은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26.4% 증가했지만 LG애드는 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유가 뭘까. 국내 광고보다 해외 광고 매출에서 두 회사의 차이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해외 마케팅 강화 덕으로 제일기획의 해외 매출은 98년 이후 연평균 27%정도 성장했다. 특히 제일기획은 현재 3개인 현지법인을 2004년까지 7개로 확장하고 추가로 인력을 배치해 해외 광고 물량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 경우 장부상으로는 제일모직의 해외부문 취급고는 감소하게 된다. 해외 매출이 제일기획 것이 아니라 해외 현지법인의 것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자회사의 실적도 지분법 평가이익을 통해 제일기획 실적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실적이 나빠질 이유는 없다. 게다가 해외현지법인이 삼성전자 해외 광고물량 이외의 해외 광고물량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해외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또 지금까지 법인이 없는 지역에서 해외광고 파트너에게 지불해야 했던 수수료 비용도 앞으로 줄일 수 있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이에 반해 LG애드는 2002년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해외취급고가 34%나 줄었다. 해외시장에서의 성장부진이 결국 내수시장의 성장을 갉아먹는 셈이다. 내수시장에서는 하이트맥주와 담배인삼공사 등으로부터 신규 광고 물량을 확보했다. 그러나 사실 내수시장 매출 증가는 전체 매출의 73%나 차지하는 LG그룹 계열사 광고가 늘어난 덕이다. 이는 LG애드의 장점이 아니라 약점이다.. 국내 광고시장은 정부의 규제 탓에 성장의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 업체의 성장은 국내 시장이 아니라 해외 시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LG애드는 해외 현지법인이 없어 해외 광고를 취급해도 해외광고사에 외주를 주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다. 이에 비해 제일기획은 현재 3개의 현지법인을 갖추고 있어 LG애드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이것은 두 기업의 영업이익률 차이에서 드러난다.

결국 두 기업의 싸움은 해외에서 얼마나 광고물량을 더 따오느냐와 국내에서의 새로운 광고주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LG애드가 WPP사에 인수된 것은 향후 광고업계에, 특히 두 기업간의 싸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3. 광고시장 어떻게 될 것인가?

제일기획과 LG애드의 시장점유율은 아래와 같다. (2001년 기준 상위 3사)

제일기획은 현대자동차 등 신규광고주를 확보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삼성 계열사 광고 비중이 2001년 기준 63%로 LG애드의 LG 계열사 광고 비중(73%)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제일기획은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광고대행사가 대기업에서 계열 분리되면서 계열사 관계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제일기획은 새로운 광고주를 유치할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광고업이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Local Business라는 점에서 국내업체로서 내수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지닌 1위 업체인 제일기획은 큰 이점을 가진 셈이다. 또 광고주가 광고매체에서 더 좋은 시간대에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대형 광고사를 선호한다는 면에서 1위업체인 제일기획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반대로 LG애드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았다. WPP사의 선진 광고기법 활용으로 국내에서 신규광고주를 확보하기 유리해 졌고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진출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게 됐다. 국내에 있는 4개의 자회사와의 합병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시장점유율은 제일기획을 바짝 쫓을 수 있다. 규모의 경제 덕으로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위험이 있다. 첫째, LG 계열사와의 관계 약화로 계열사 광고취급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LG 계열사의 광고취급 비중이 73%에 이르는 LG애드는 큰 위험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WPP는 해외에도 많은 자회사가 있어 자칫 LG애드의 활동무대가 국내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일단 LG애드의 무대가 해외로 넓어지기만 하면 LG애드는 WPP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LG애드의 해외취급고가 LG전자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 LG전자의 유럽, 및 중국 진출이 빨라지고 있어 LG애드가 WPP사의 네트워크와 연결만 된다며녀 신규 광고주 확보가 더욱 유리해질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는 제일기획이 국내와 해외 시장 모두에서 한발 앞서나간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LG애드는 WCC사에 인수됨으로써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이했다. 당분간 인력 및 구조재정비작업이 급해 당장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가 가시화될 LG애드의 본격적인 추격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관전 꺼리일 것이다.

정석모 stonet@itooza.com